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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공장에서 일한다라이프 2022. 5. 19. 00:10
2015년 군대를 전역하고 엄마가 일하는 베어링 공장에 단기로 입사했다. 종업원이 1400여 명이나 되는 공장에는 나처럼 학비를 벌러 온 대학생이 많았다. 나는 주물이 끝난 소재를 가공하는 CNC 선반 라인에 배치됐다. 가공공정의 첫 단계 과정이었다. 엄마는 가공과 조립을 거쳐 완성된 제품을 검사하는 PDI 라인에서 일했다. 초등학교 운동장 6배 넓이 공장에서 우리는 정반대 자리에서 일했다. 구내식당은 PDI 라인 너머에 있어서 점심을 먹으려면 엄마를 지나쳐야 한다. 모두가 식당으로 갔지만, 엄마는 늘 텅 빈 라인을 홀로 지켰다. 엄마는 공장에서 전혀 밥을 먹지 않았다.
공장을 지배하는 것은 형들이었다. 구내식당 역시 그들의 세상이었다. 대여섯 명이 어깨를 맞대고 모여 앉아 적당히 큰 목소리로 사장을 욕하고 사내 복지가 형편없다고 떠들었다.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혈기 왕성한 형들과 달리 공장의 여성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단비뉴스 4월 30일 내용 일부)소견)엄마가 일하는 베어링 공장도 자동화 바람이 불었다. 산업용 로봇을 배치하면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4명이 작업하던 한 라인의 인력이 2명으로 줄었다. 기계를 다루지 못하는 여성은 스마트공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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